[사무국] 논문 중간 보고서
  
 작성자 : 안은미
작성일 : 2005-02-08     조회 : 992  

2월 5일 드디어 pilot study를 다녀왔습니다. 5명과 함께 group discussion을 했습니다.
pilot study 이후의 보고서. 2월 9일 사회학과 사람에게 feed-back 받을 예정입니다.
논문도 처음 써보고, qualitative methodology도 처음 접해 봅니다. 연구 과정 자체가 중요한 것이 qualitative methodology의 특징이랍니다. 연구 방향마저도 자꾸 변할 수 밖에 없네요.
아뭏든 가닥이 잡혀 가니 재미있습니다. ^^;

초기의 연구 제목: 북한 이탈주민의 증상 표현에 관한 연구

I. 연구자
남한의 가정의학과 의사(전공의).
환자를 총체적으로 이해하도록 교육받았다.
환자의 증상을 해석하고, 주도적으로 이에 대한 검사 및 치료 계획을 세우는 일을 해 왔다.

II. 배경
북한 이탈주민 정착 훈련소인 하나원의 진료실, 자원봉사 진료.

III. 관찰사항과 문제의식
북한 이탈주민들은 남한의 환자들과 상당히 이질적이다. 이로 인해 진료실에서 사소한 갈등이 빚어지기도 한다. 자원봉사 의사마저 당황하게 만드는 이러한 현상은 앞으로 남한의 진료실 곳곳에서 벌어질 것이다. 북한이탈주민들이 정착 후 남한사회에서 양질의 진료를 받을 수 있게 하기 위해서는 이것을 어떻게 이해하고, 대응해야 하는가?

IV. 가설
1. 증상 표현 방식이 다른 것이 이러한 이질감의 가장 중요한 요인일 것이다.
1) 언어의 이질성: 형용사, 의료 관련 용어(소염제 주세요)
2) 질병 개념의 이질성: 증상 자체보다는 주관적인 진단명을 말하더라.
2. 흔한 질병의 분포도 남한 환자들과 다를 것이다.
3. Coping skill도 다를 수 있겠다.
1) 민간요법에 대한 의존도가 높겠지? 의료 기술의 수준이 떨어져서 그럴까?
2) 복약 의존도가 높을 것이다. 지나치게 약 처방을 요구하는 걸 보면.
3) 증상에 대한 역치도 낮을 것이다. : 얼마나 아프면 의사의 진단에 의해 작업에서 제외되었나?
4. 질병에 대한 인식, 사회적인 편견도 다를 것이다.

V.확인 방법: 그룹 토의
1. 환자의 질병 경험에 대하여
2. 증상 표현, 의료 관련 용어에 대하여
3. 초기 가설에 대한 의견교환

VI. 중간 결과

1. 증상 표현 방식이 다른 것이 이러한 이질감의 가장 중요한 요인이다.
1) 언어의 이질성은 극복될 수 있는 정도이며, 생각보다 크지 않았다.
-형용사의 차이는 남한 내 방언의 차이보다 크다고 말하기 어렵다. (esp. 제주도)
-의료 관련 용어는 거의 차이가 없었으며, 순 한글화된 의학용어는 의사와 환자 모두에게 잘 사용되고 있지 않았다. 부정확한 용어 (ex. 소염제=항생제 +소염제, 위 내시경=위산검사)는 약품과 검사에 대하여 선택의 폭이 크지 않았기 때문에 발생한 것으로 생각된다. 
2) 질병 개념의 이질성: 증상 자체보다는 주관적인 진단명을 말하더라.
-질병에 대한 지식은 상당히 과학적이었다. 진단명 자체를 호소하는 현상의 이면에는 질병관의 차이가 아니라, 진료소가 제 기능을 하지 모하는 현실에서 진단을 말하고 시장에서 약을 사는 행위가 진료실에서 재현된 것으로 해석된다.

2. 흔한 질병의 분포나 증상의 차이가 있는지는 김원장 선생님의 논문 결과를 확인하면 되겠다.

3. Coping skill자체가 크게 차이 난다고 보기는 어렵다.
1) 질병에 대한 지식, 약에 대한 지식이 상당히 정확했다.
2) 민간요법에 대한 의존 경향은 확인되었다. 그러나 경제난의 영향 그 이상의 의미를 찾기는 힘들다.
3) 복약 의존도가 높다기보다는 약을 구하기 위해서는 상당한 노력이 드는 곳에서 살았다.
4) 증상에 대한 역치에 대해서는 아직 확인하지 못했다.

4. 질병에 대한 인식, 사회적인 편견이 다른 지에 대해서는 확인이 필요.
-정신질환에 대한 편견은 확실히 큰 것 같다.
-부인과 질환 등에 대한 터부도 남한보다 확실히 큰 것 같다.

5. 의료 환경의 차이가 컸다.
북한의 경제난으로 진료소에서는 정상적인 투약이 불가능하다.
환자들은 나름대로의 진단 내지는 진료소에서의 진단을 근거로 사제 시장에서 약을 구매.
특히 흔한 질병에 대해서는 의사가 있는 진료소에 대한 의존도가 상당히 낮아져 있었다.

VII. pilot study에서 느낀 점.
1. 단시간 면담의 한계
광범위한 내용에 대해 이야기할 수 없었다.

2. 그룹 토의의 한계
개인적인 경험을 드러내기가 힘들 것.
한 사람의 경험을 집중적으로 물어보기 어려웠음.

3. 토의 주제에 의한 영향
연구자가 적극적으로 대화의 흐름을 주도해 나갈 필요가 있었음.

3. 피면담자의 특성에 의한 한계
선택적인 주제가 언급되었다.
객관적인 사실 위주로 이야기 하였다.

4~5개 group을 1회 면담할 예정이었으나, 이보다는 한 두 group을 상기 주제에 대해 순차적으로 여러 번 면담할 것을 제안

VIII. 연구제목 변경
남한의사와 북한이탈주민의 진료실에서의 상호 반응 or 기대 역할의 차이에 대한 고찰(?)

IX. 결론: 의사에게 다짜고짜 진단명을 말하며 약처방을 요구하고, 장기 처방을 요구하는 경향들은 이들이 시장에서 약을 구매하는 과정을 진료실에서 보인 것으로 생각된다. 용어와 표현 방식 등 표현 자체, 질병관의 차이보다는 의료 환경의 차이에서 오는 기대의 차이가 남한 의사와 북한이탈주민이 진료실에서 만났을 때 의사 환자관계를 결정하는 데 더 중요한 요소였다. 이러한 현상은 질병과 의료의 사회문화적 측면보다는 역사적, 경제적 측면이 중요하게 부각된 현상이라고 할 수 있겠다. 이러한 현상을 이해하는 것이 진료실에서 원활하게 의사-환자 관계를 형성하기 위한 지름길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