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정방문] 김병0 할아버지가 소천하셨습니다.
  
 작성자 : 조아라
작성일 : 2012-11-20     조회 : 1,430  


5년이 넘게 아름다운생명사랑과 함께 하신
김병0 할아버지가 소천하셨습니다.

울림이 할머니는 골다공증이 심하여 삐긋하면 몸 이곳저곳 금이 가고 부러지고

그러면 꿈쩍도 못하고 기저귀를 하고 누워서 울며 식사도 하지 않았습니다.


인생의 반려자로 살기로 약속한 할아버지는

누워있는 할머니의 밥 한 숟가락부터 온갖 집안의 안과 밖, 작은 것 하나하나

할머니와 손자를 챙기면서


"...할머니, 내 앞에서 죽어

자식들도 그 마음 모를 거야 꼭 내 앞에서 죽어..." 하고 얘기하셨습니다.


사람 좋았던 할아버지의 실수로

젊었을 때 가지고 누렸던 재산이 주변 사람들로부터 다 사라지고,

그로 인해 두고두고 들었던 할머니의 한탄과 싫은 소리에도

'이렇게 고생시켜서 미안하다'고 싫은 소리 하나 없이 다 받아 안으셨습니다.


집에 오고 가는 이들의 이름이며 날짜를 꾹꾹 눌러 기록하시며

우리를 기억하시던 할아버지,

한여름 한겨울에도 멀리 사라질 때까지 대문 앞에 나와 손을 흔들어 주시던 할아버지가

돌아가셨습니다.


지난달 뇌출혈로 쓰러지셔서 중환자실로 입원하셨습니다.

2주 전 몸 상태가 많이 좋아지셔서

일반 병동으로 옮기셨는데

폐렴이 다시 악화하여 지난 토요일 갑자기 돌아가셨습니다.


할머니가 연락도 되지 않고,

며칠 전 들렀을 때 인사하지 못하고 돌아선 게 마음에 걸려

주말을 지내고 잠깐 병원에 들렀다 알게 되었습니다.


아침 일찍 벽제로 가셨다고 합니다.


처음 만났을 때 중1이었던 손자는

할머니와 할아버지 보살핌으로 자라서 어느덧 올해 수능시험을 치렀습니다.

큰 시험을 앞두고 혹시나 손자가 충격을 받을까 염려하여

모두 시험이 끝날 때까지 숨겼습니다.

보이지 않는 할아버지를 찾자

병원에 입원했다고 배가 아파서 갔다고 할아버지는 괜찮다는 말에 손자는 펑펑 눈물을 쏟았습니다.


손자 고등학교 졸업식에 가서 함께 사진을 찍고

대학가는 모습을 꼭 보리라 하셨던

할아버지


삶의 고단함 덧없음 모두 담아 태워 보내던 담배연기도

손자의 간곡한 부탁에

몇 년전 끊었습니다.


의식이 사라질 때도 다시 돌아올 때도

할아버지 할아버지 저 누구지요? 하면

다른 것은 기억해내지 못하시면서도

제 이름을 불러주셨던 할아버지


지난주 병실에 갔다

잠든 할아버지를 물끄러미 보다 돌아왔는데


그게 마지막이 되리라는 것을 알지 못했습니다.


홀로 남은 할머니와

새로운 시작을 앞둔 손자

그리고 한시름 놓고 떠나시는 할아버지를 위해 함께 기도해주세요.


할아버지, 보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