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연구] 아름다운생명사랑과 함께 했던 3주간의 파견근무를 마치며..
  
 작성자 : belife
작성일 : 2010-04-05     조회 : 1,8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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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주 동안 아름다운생명사랑에 파견근무로 어르신들 방문진료를 함께 해주셨던 정성권 선생님(건국대학교병원 가정의학과 3년차)>

3주 동안 아름다운생명사랑에서 어르신들을 만나가면서 많이 힘드셨을텐데 어르신 건강평가도 해주시고  동행해주셔서 정말로 든든하고 감사했습니다.
선생님의 수고는 눈에 보이지 않을지 모르나 어르신들은 충분히 마음으로 받아들이고 고마워 하셨습니다...^^


-아래는 선생님의 소감문에서 일부 발췌하였습니다.-

유난히 길었던 2010년 3월도 어느 새 지나가고 저의 파견도 끝나버렸습니다.
'아름다운 생명사랑'이라는 곳에 파견을 갔던 처음의 이유는 기존의 파견이라는 것이
제가 그곳에 가서 파견의사로서 배우는 것에 한계가 있고 또 몇일 참관하다보면 반복되는 일상이라 지루하던 차에 어떤 곳인지 궁금하기도 하고, 이왕하는 참관이라면 경험해보지 못한 곳에 가서 보는 것도 좋은 경험이라는 생각으로 가게 되었습니다.

파견 첫 주, 첫 날 갔을 때 홍 두호 사무총장님을 비롯한 그곳의 관계자분들의 봉사하시는 분들의 특유의 따스함을 느낄 수 있어서 좋았습니다. 하지만 지역사회의 어려운 노인들을 위한 건강평가는 저에게는 쇼킹했고, 깊은 회의감을 갖게 되었습니다. 일을 마치고 돌아오는 길은 늘 마음이 무거웠습니다. 아니... 저런 분들한테 내가 하는 의학적 평가가 어떤 의미가 있는지... 차라리 거기서 청소를 한번하고 오는 게 그들에게 더 도움이 되는 건 아닌지... 육체적 노동의 측면에서 보면 힘든 일은 아니었지만 제 스스로가 납득하지 못하는일을 하는 것은 무척이나 어려웠고, 매일 아침에 일어나서 '아름다운 생명사랑'으로 가는 게 고역이었고 때때로 그로인한 극심한 스트레스를 겪기도 했습니다.


파견 2주차에는 어느 정도 적응되어 취약 노인의 댁에 방문할 때 그 곳의 환경에 당황하지 않고 평가도 비교적 능숙하게 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그러다가 문득 '나만 똑똑해서 이런 회의감이 들고, 봉사하시는 분들은 몰라서 이런 ‘밑 빠진 독에 물붓기’ 같은 일을 할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제가 모르는 무언가가 있겠지...라는 생각으로 일을 하니 하루하루 하는 일이 예전처럼 어렵게 느껴지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제게 하는 일에 대한 깊은 회의는 여전히 갖고 있었습니다.

물론, 납득할 수 없는 일들에 대한 불만만 있었던 것은 아니었습니다.
제가 방문해서 사회에서 소외되고, 가려지고, 가족들에 의해서 외면당한 그 분들이 평가를 받고 그래서 그 자체로 어떤 심정적인 위로가 되었다면 정말 다행스러운 일이였다고 생각하고, 또 그 동안 한 번도 시도하지 않았고, 시도하려고도 하지 않았던 '그 분들과의 소통'(실제로 소통이 되었는지는 모르겠습니다만...^^)도 저에게는 인생에 있어서 귀중한 경험이었고, 제가 앞으로 살아가는데 있어 적지 않은 부분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평가를 통해서 그 분들이 가지고 있는 많은 문제들 중 급한 부분을 찾아서 그 분들에게 도움이 되는 모습들은 저에게는 보람이었습니다.

대표님(김영진 목사님)께서 마지막 저녁 식사시간에 가장 기억에 남는 가정이 어디냐고 물어보셨을 때 대답을 못했지만... 지금 생각해보면  몇일 전에 서울대병원 실습학생들과 갔던 취약 노인 네 분이 같이 사는 집이 가장 기억에 남습니다. 곧 돌아가실 것 같은 90대 할아버지, 그보다 20년 이상 젊은 정신 지체 할머니, 그리고 70대의 중풍으로 몸이 불편한 할아버지, 또 이 세 명을 돌보는 70대 할머니. 어떻게 이런 곳에 이런 구조를 가진 집이 있을까 싶은 북한산 산자락의 흡사 '산채'같은 곳은 처음에는 좀 놀랐습니다. 하지만 이곳에는, 이 어려운 곳에는 서로를 돌보는 사랑이 있었습니다. 70대 중반의 할머니 혼자도 몸이 성치 않은데도 불구하고 이 세 명의 약을 챙기고, 병원을 데리고 다니는 모습을 통해 환경과 관계없이 사람이 있는 곳에 사랑이 있을 수 있구나!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고, 인상 깊었습니다. 그곳에서는 그 70대 할머니가 기둥이고 이 할머니가 아프시면 모두가 살아갈 수 없는 형태였습니다. 한편으로 드는 생각은 '아름다운생명사랑'이 강북구에서 그 할머니와 같은 모습은 아닐까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어려운 가운데서도 많은 취약 노인, 아동들을 돌보고 있고, 사랑을 생활 속에서 실천하는 모습.

저에게 있어 '아름다운생명사랑'의 모습은 한마디로 '안간힘'을 쓴다는 것입니다. 한정되고 적은 자원을 '안간힘'을 다해 끌어 모아 필요한 곳에 이어주는 모습들은 제가 갖고 있는 회의감 이상의 것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