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정방문] 원**어르신과의 만남 이야기
  
 작성자 : belife
작성일 : 2009-03-09     조회 : 1,725  

원**어르신과의 만남 이야기...

수유1동에 혼자 사시는 할아버님으로 2008년 11월 강북노인종합복지관에서 혈압 관리가 되지 않아서 의뢰된 어르신입니다. 현재는 동네의원 이용하여 약물복용은 하고 계신 상태입니다.
첫 만남은 2월 27일 어르신댁을 처음 방문했을 때 기본인적사항과 주소지 하나만 들고 만나러 갔습니다. 그래도 연립이니까..조금은 안심하고 방문을 했는데...제 예상과는 다른 환경에 약간은 당황했습니다. 우선은 지하 연립이라서 빚이 통하지 않아서 어둡고 환기가 잘 되지 않아서 담배 연기가 가득차고 같은 연립에 사시는 분이 함께 계셨었는데 약간의 알코올을 섭취하셔서 어르신과 많은 얘기를 하지 못하고 건강상황과 생활의 어려운 점에 대해서 얘기만 듣고 나오게 됐습니다.
나의 신변의 보호를 위해서 짧은 방문을 끝내고 나오면서 뭔가 발걸음이 무거웠습니다.

2월 28일 두 번째 어르신댁 방문을 했습니다.
원래는 방문 날짜가 아닌데 2월에 이어서 하나의 교회팀이 어르신댁 방문을 해주기로 하면서 청소봉사가 필요한 어르신이 급하게 필요한 상황이 만들어졌습니다.
하루 전 원**어르신이 했던 말이 생각이 나더라구요..허리가 아파서 빨래가 하기 힘들다고..
사실 빨래를 할 수 있는 공간도 없었습니다. 그래서 하나의교회 봉사팀과 어르신댁을 방문하게 됐습니다.

어르신댁에 인사를 하고 자리에 앉자마자 첫 하신말씀이 오늘은 몸상태가 안좋아서 쉬고 싶으니 그냥 가주었으면 좋겠다는 말씀이였습니다.
저뿐만 아니라 함께 갔던 하나의 교회팀도 적잖이 당황한 빚이 보였습니다.
어제와는 사뭇 다른 분위기의 어르신을 찬찬히 살폈습니다.
식사는 하지 않으신 상태였고 입맛이 없어서 못먹겠다는 말씀만 하시고..허리가 아파서 눕고 싶고
기운도 없고 청소도 필요치 않고 모든 것을 거부하고 계셨습니다.
우선 천천히 설득해 나가기로 맘먹고 하나의교회 봉사팀 중에 한분이 빨래를 시작했습니다.
계속 식사를 거부하신 이유를 알기위해서 둘러둘러 얘기를 시작하면서 알코올을 섭취하고 있는 부분과 밤에 잠을 못자고 홀로된 상황과 가족의 얘기를 듣게 되었습니다.

33살이란 늦은 나이에 결혼을 하여 딸하나를 낳았는데 얼마되지 않아 아내는 세상을 떠났고 그 후로 15살 어린분과 재혼을 하여서 아들쌍둥이를 낳았지만 현재는 이혼하고 아들은 연락이 전혀 없으며 가끔 따님이 연락은 하지만 너무 차갑고 무뚝뚝하다“라는 말이였습니다.
기대하지 않았던 어르신의 이야기 속에서  처음 반응을 이해할 수 있었습니다.

처음에는 차갑기만 하던 어르신..모든걸 거부하며 삶의 의욕을 찾지 못했던 어르신..
그저 청소봉사 목적으로 만남을 시도했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우리에게 마음을 열고 어둡기만 하던 얼굴에서 웃음이 생기고 함께 점심식사도 맛있게 하시고 후에는 고맙다고..저녁밥도 같이 하면 안되겠냐고...허리도 아프고 불편했던 몸들이 병원에도 갈 필요 없으시다며 지금은 아픈지도 모르겠어..날 살려주고 가서 고마워~~라고 말씀하십니다.

무엇이 어르신을 바꾸게 한걸까요..
우린 그저 어르신과 얘기하고 식사만 한 것뿐인데요..
가족으로부터 버림받고 사회로부터 소외된 우리 어르신에게 필요한건 관심이였던 것 같습니다.
물질적으로 무언가 드리지 않아도 사람을 살릴수 있다는 희망을 품으며 방문 후 돌아오는 발걸음이 가볍고도 기뻤던 날로 기억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