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정방문] 이OO할머니를 뵈었습니다
  
 작성자 : 김실
작성일 : 2008-12-23     조회 : 1,605  

얼마 전 이OO할머니 집에 다녀왔습니다
할머니는 외로이 화투를 치고 계셨습니다
참~~ 그런데 화투패가 신기하게 생겨서 물어보니 40년 된 화투패라고 하십니다
할머니 집은 신기한 것이 많습니다^^
이북에서 오신 할머니는 예전에 종로에서 포목점을 하셔서 특이한 한복도 많고 시계, 안경 등 모두 20~30년이 넘는 것들이라고 하십니다
매우 오래된 것들이지만 워낙 깔끔하게 하고 다니셔서 밖에 나가면 아무도 할머니를 수급권자로 보지 않는다고 하십니다^^
할머니는 이야기꾼이십니다~
일제시대 때, 전쟁 때 피난 왔던 이야기, 젊었을 때 친구들과 놀러 다니고 장사했던 이야기들을 해주십니다
월남 후 오빠와 남동생을 찾기까지 20년이라는 세월이 흐르고 그 후 가족들과 연락하며 살았지만
조카에게 사업자금을 빌려 주다 그 돈을 다 잃어버려 가족들과 연락도 거의 끊긴 상태입니다
지금 사는 것이 산속에서 혼자 사는 것처럼 답답하다고 하시지만
사랑의 집( 할머니는 아름다운 생명사랑을 '사랑의 집'이라고 하십니다^^; ) 사람들이 찾아와 줘서 너무 고맙다고 하십니다
가기 전에 할머니는 손수 만드신 고추장을 한 통 담아 주셨습니다
매년 고추를 줬던 친구가 올해 가을 하늘나라로 갔다고 하시면서 "나도 얼마 남지 않았어... 그렇게 죽는 거지..."

라고 하십니다
그렇게 잘 웃으시던 할머니의 표정이 한 순간에 쓸슬해지십니다
자주 찾아뵙지는 못해도... 마지막 가시는 길까지 할머니의 옛날 이야기를 들으러 또 와야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