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정방문] 2005.04.10 오랫만에 진료 다녀왔습니다 - 임미래
  
 작성자 : 김하미
작성일 : 2005-10-12     조회 : 978  

밝누모 진료 후기 모임에는 여러번 참여한 것 같은데... 진료는 참 오랫만이었던 것 같습니다.

그냥 왠지 그냥 지나가기 싫어서... 주관적인 (혹은 감상적인) 글을 남기렵니다. 헤헤헤... ^^v

 

처음에는 할아버지 할머니가 함께 사시는 곳에 갔습니다. (성함을 잘 모르겠어염..ㅡ.ㅡ;;)

할아버지가 dementia 의심된다라는 성규의 말에... 할아버지의 행동 관찰하였습니다.

할아버지가 다소 멍한 표정으로 느리게 행동하는 것이 특징적으로 보였으며, 반응이 다소 느린 듯 보였습니다.

MMSE를 했더니 아니나 다를까 14/30점 나오더라구요... 역시 질문에 대한 반응은 느리구요...

20점 이하를 dementia 의심하는 것을 볼때 14점이면 다소 낮은 점수인 것은 사실이지요.

만약에 우리 병원 외래였다면... 당장 할아버지를 입원 시키고... 원인을 찾기 위한 w/u에 열을 올렸을껍니다.

저도 약 한달간 우리병원에 익숙해 져 있어서... 할아버지에게 우선 약을 좀 드시게 하고...

reversible 한 부분이 있으면 고쳐야 하지 않나라는 생각이 먼저 들었습니다.

 

조금후에 neurologic examination이 중요할것 같다라는 생각이 들어 간단한 것부터 시작했습니다.

모든 physical examination이 다 그렇지만 neurologic examination은 cooperation이 중요한데

할아버지는 cognitive function이 다소 떨어진 상태여서 검사가 사실 힘들었습니다.

할아버지가 요즘들어 어지럽다라는 말을 많이 하며 하체에 힘이 없다라는 말을 하여...

Tandem gait, Romberg test를 해보겠다는 생각에 할아버지를 일으켜 세워 보았습니다.

세상에... 세상에...

할아버지는 심하게 등이 굽은 상태였으며, 보행이 겨우겨우 되는 정도였습니다.

이 상태로 움직이시다가 낙상하시면... 정말이지 그대로 자리에 누워 일어나지 못하실 것 같았습니다.

할머니도 심한 osteoarthritis로 인하여 일어나 거동하지 못하는 상황인데 말입니다.

 

할아버지에게 진정 중요한 것이 무엇인지 잠시 다시 생각해 보았습니다.

계속해서 나빠지는 cognitive function인지... 아니면 거동장애인지... 낙상 위험인지...

사실은 다 복합적인 것 같습니다.

할아버지 할머니에 대한 삶의 설계가 필요 할것 같다라는 생각이 좀 들었지만..

현재 할아버지와 할머니 그리고 이웃들이 잘 어우러져 살고 있기에 아직은 견딜만 해보이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할아버지가 dementic process를 계속 밟아 심한 cognitive function상의 장애를 보인다면...

그때는 어떻게 해야 할찌 사실은 좀 답답했습니다.

 

 

 

두번째 방문한 집은 김 할머니 댁...

그댁의 아드님이 psychosis를 앓고 있다는 정보를 얻어 할머니에게 "자녀분이 어떻게 되세요?" 하고 물었더니

할머니는 자녀분들 이야기를 늘어놓으시더라구요...

(그 얘기는 잘 말하지 않았었다고 하는데... 왠일인지 오늘은 쉽게 이야기를 풀어놓으시더군요...)

할머니의 삶의 무게가 무거웠던 만큼 할머니 맘속으로 한이 참 많이 쌓여있었나봐요.

정말로 pressure of speech가 느껴질 만큼이나 많은 이야기를 하고 계시더라구요...

하지만 그 어느 누구도 할머니를 support해줄 사람이 없었나 봅니다.

할머니께서 삶의 무게를 견디지 못하고 폭발을 하는 경우가 있어 보이며...

그러한 짜증은 주로 손자손녀에게로 가는 것 같았습니다.

어디다 하소연을 할곳도 없으니... 그리로 향하는 것은 어쩌면 당연해 보이기도 합니다.

 

그 집에서 눈에 띈 또 한사람은.... 할머니의 막내 손자 였습니다.

만3세, 우리나라 나이로는 4세인데... 현재 할수 있는 말은

"와?" "가?" "시러" "씨*" 이 네마디 정도 입니다.

다른 아이들은 "엄마" "아빠"로 시작해서 이 나이쯤 되면 유창하게 말을 할수 있을 정도일텐데...

이 아이는 고작 한다라는 말이 위의 네마디 인 것입니다.

또한 이 나이에 욕을 배우더라도... "바보" "똥꼬" 등의 욕을 배우기 마련인데...

어디에서 배웠는지 모르게 "씨*"이라는 단어를 배웠더군요...

만 3세가 지났는데 이정도의 말을 하는 것은 "언어 장애"의 기준을 만족하더라구요...

어린아이에 불과한 아이가 눈을 부라리며 자기 팔로 힘줘 남을 때리는 모습...

웃기겠지만... 사실은 다소 위협적이었습니다.

 

아이는 psychosis를 앓고 있는 아들의 막내아들입니다.

할머니의 아들은 손자를 좀 많이 데리고 다녔다고 하며, 심하게 때린 적도 많다고 합니다.

할머니도 삶의 무게를 견디지 못하고 지칠때면... 손자에게 주로 화풀이를 하였다고 합니다.

 
사실 저의 impression은 child abuse에 의해 반응성 애착장애가 생긴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런 경우 양육방식이 바뀌어 적절한 교육이 시행되면 다시 정상적인 아동처럼 발달을 하게 되지요.

물론 mental retardation, autism, language disorder등도 배제 할수 없지요.

 

이 아이의 발달사항에 대해서는 할머니의 미래 뿐 아니라 아이의 삶의 미래가 걸려있으므로

어떻게 해서든 평가가 이뤄져야 하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결론적으로 김 할머니 댁에서는..

할머니의 삶의 무게가 너무 크므로 ventilation해줄 곳이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고...

손자에 대한 평가가 이뤄져야 할것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은근히... 종합병원이라는 공간에 제가 익숙해져 있는 것 같습니다.

이렇게 치료 받지 못하는 갑갑한 상황이 닥치자... 좀 당황스러워 하는 것을 보면 말입니다.

 

치료나 중재가 어디까지 들어가야 하며... 어디까지는 괜찮은건지...

다소 의문 스럽고 헤깔리는 면이 있네요...

평생 그렇겠지요...

 

에겅... 이상 제 주관적인 보고서는 마칩니다.

읽어 주셔서 감사합니다.

 

 

 

PS

정신과 들어온지 1달만에 모든 관심이 약간 그쪽으로 쏠리게 되어 버린 듯한 느낌이 있습니다.

ㅋ 웃기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