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무국] 강북 사랑 다섯번째 이야기
  
 작성자 : 김하미
작성일 : 2005-10-18     조회 : 3,039  

오늘 오후는 황할머니와 함께 병원 방문하러 가는 날였습니다. 오전에는 다른 대상자님들에게 전화를 돌리며 그분들의 근황 들을 있어 참 좋았습니다.

김할아버지께서는 '뭐하고 계세요?' 물었더니 '내게 뭐하는지 볼텨?' 하십니다. 그리고 잠잠한 할아버지..제 생각인데 수화기를 들고 아마 수화기에 카메라가 있는냥 할아버지가 작업 중이신 컴퓨터 모니터를 한참 가리키고 계신거 같았습니다. 할아버지께서는 '잠시 후 들어 볼텨?' 하시면서 할아버지가 쓰신 시를 읊어 주십니다. 아마 저번달 복지관 선생님들과 함께 용인공원에 가신 얘기를 즐겁게 시로 편지로 쓰신거 같습니다. 할아버지의 읊조리시는 목소리도 시귀도 즐거워 저까지 덩달아 즐거웠습니다. 너무 사랑스러운 할아버지 십니다.

 

장할아버지 목소리는 이번에도 별로 밝지 않게 들렸습니다. 할아버지는 식사하기가 힘들다고 말씀하십니다. 종종 이런 일이 있다고 이러다 좋아 지신다고 하십니다. 정말 고맙게도 이번엔 거짓말 하지 않으시고 솔직히 할아버지 식생활 및 혈당에 대해 말해 주셨습니다. 조금씩 할아버지께서 마음문을 열어 주시는것 같아 기뻤습니다. 목요일은 할아버지와 병원가기로 된 날인데 하신 검사들이 할아버지가 편해지는데 도움이 되는 검사들이였슴 합니다.

 

황할머니는 저번 방문때 우리가 제때 식사하지 못한걸 안쓰러워하셨는데 이번엔 꼭 밥먹고 오라고 몇번 당부하시더니 보자 마자 식사 했는지를 물으십니다. 괜히 걱정 많은 어르신인데 저희 걱정까지 끼쳐드리는 말씀은 삼가해야 겠습니다.ㅋ!

할머니와 나영언니 그리고 나 우리 셋은 삼성 제일병원에 갔습니다. 병원은 건물 건물 마다 진료분야가 달라 이동해야 하는데 길도 가파르고 층계도 많아 frame을 가지고  다니시는 할머니 혼자서는 절대 다니기 힘든 곳이였습니다.

할머니는 이 병원에서 꽤 유명하신 분이신거 같습니다. 가는 곳마다 할머니를 알아보는 사람들도 많고 할머니도 '저 간호사는 애가 셋이야'등등  사람들과 친분이 두둑하신거 같아 보이십니다. 할머니를 담당하시는 정형외과 교수님 또한 무지 친절하신 분 이셨습니다. 할머님의 말씀을 푸념으로 넘기시지도 않고 하나하나 챙기시고 할머님을 대하는 선생님의 태도도 그리고 같이 동행한 제게까지

신경써 주셔서 참 고마웠습니다. 직접 할머님의 보조기를 손봐 주시고, 나중에 보조기 교정비를 할머니 몰래 내주셨는데 교수님은 한사코 안받으시겠다는걸 할머니가 돌려드리는걸 보았습니다. 할머니는 '이렇게 날 살게 해주는 사람들이 있어서 내가 살아' 하십니다.

할머님은 영양제를 맞으시고 예상보다 늦게 귀가하시게 되셨습니다. 주사 맞으시는 동안 할머니와 대화속에서 할머님의 영양부족의 문제는 할머님의 까다로운 입맛(?)과 소화능력이라고 결론 내렸습니다. 구세군이나 여러 도움으로 반찬거리나 국거리는 있으신것 같은데도 불구하고 입맛도 없으시고 고기나 영양을 보충할 수 있는 음식은 도통 소화하시기 힘드셔서 가리시는게 많더라구요. 할머님은 음식 대신 피주사 (수혈) 내지 영양제로 대처하고 싶어하시는데 그것에 부정적인 면을 설명해 드리고 질적 식사 하실 것을 권해 드렸습니다. 내일부터 잘 하시기로 약속했는데 어찌하실지 모르겠습니다.

근데, 정말 이해하기 힘든건 정작 당신은 식사를 허술히 드시면서 제 식사는 무진장 챙기십니다. 실은 오늘 저녁을 할머니와 함께 먹었는데 한사코 당신이 직접 사셔야 한다고 버럭 화를 내서 저녁을 얻어 먹어 버렸답니다. 할머님의 한달 생활비의 얼마로 대접받았는지 정말 귀한 대접을 받은거 같아 부담입니다.

할머님은 식사후 급히 먹는 바람에 (저도 할머니도 조금 늦은 저녁에 시장해 있던지라 생각없이 급히 먹었습니다..ㅡ,.ㅡ 저도 제가 간호사 맞는지 모르겠습니다. 도대체 아무 생각없이..ㅋ) 소화하기 힘들어 하셨는데 음식점 주인아주머니가 한걸음에 달려가 소화제를 사다 주셔서 먹게 되었습니다. 아주머니의 친절에 다시 한번 감동하였습니다.

 

오늘은 약간 depress된 제게 새 힘을 불러주는 날인거 같습니다.

예수님의 예화 중 선한 사마리아인의 이야기를 떠오르게 하는 날이였습니다. 누군가에게서 들었는데.. 선한 사마리아인은 돈을 주고 여관 주인에게 돌봐 달라고 했습니다. 그리고 여관 주인에게 나중에 더 삯이 필요하면 돌아오는 길에 지불하겠다는 약속을 하며 떠납니다. 여관 주인은 나쁜 마음을 충분히 먹고 이 강도 맞은 사람을 버릴 수 도 있고 진심으로 어쩜 사마리아인이 기대하지도 않은 더 큰 간호를 할 수도 있는데...

전 참 착한 여관 주인들을 여럿 만난거 같았습니다.

 

오늘 만났던 황할머니를 위한 착한 여관 주인들

 

제일 삼성병원 간호사 선생님들, 원무과 직원언니들, 정형외과 교수님, 내과 교수님, 동국대 후문 편의점 아주머니, 약국 약사 선생님, 택시기사 아저씨, 식당 아주머니, 3번 마을버스 운전기사 아저씨, 할머니 댁에 반찬 배달해 주는 고등학생, 할머니를 부축해 주신 마을버스 손님이셨던 아저씨, 여기에 푸른 마을 & 아름다운 생명 대표로 나영언니와 저도 넣어도 되겠죠?

 
 

안은미 (05-10-20 08:48)
  안그래도 나영언니 글을 읽고 황할머니가 왜 영양주사를 맞으셨는지 궁금했었어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