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무국] 2004.12.14 은수 언니가 부탁한 글; 한병교 할아버지 - 김가연
  
 작성자 : 김하미
작성일 : 2005-10-12     조회 : 1,206  


누가들의 세계에 언니가 쓰는 글 중에 한병교 할아버지에 대한  부분을 써 보았습니다.

한병교 할아버지에 대해 알고 싶으신 분들도 읽어 보세요^^

 
 
한 할아버지

오늘 따라 유난히 할아버님의 혹이 크게 보였습니다.
그 혹은 예수님의 십자가요, 우리가 지고 가야 할 우리의 십자가인 것 같습니다.
하나님께서 보내주신 작은 예수님을 믿음과 사랑으로 잘 맞이 하게 되길 기도합니다 9/8 김영진목사님


찾아가는 길 주변으로 다시 한 번 미아리의 허름한 집들을 보았습니다
같은 하늘 아래 살아가는 제 자신의 개인주의, 소비주의가 부끄러웠습니다
할아버지의 혹을 처음으로 보았습니다
나는 여드름 하나에도 불편한데 얼마나 아프고 힘드실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할아버지의 더 밝은 모습을 보고 싶습니다
차상위 계층, 가려진 사각지대의 모순이 보입니다
참으로 도움이 필요한 할아버지가 의료 수급 문제 때문에 기다리시고 1급이 되실 수 없는게 답답합니다 9/11 영수


한 할아버님 댁,
기도 부탁하실 것 없으시냐고 묻자, 네 하고 잠시 계시더니 수술하게 해주신 것 감사하는 거요
무언가를 '요구'할 기도를 기대했었다. 당연히...  11/13 현수


지난 여름에 처음 한 할아버지를 뵈었습니다. 할아버지는 전화를 받으시고 길가에 마중 나와 계셨는데 할아버지를 처음 본 순간부터 턱 아래에 있는 큰 혹을 의식하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구불구불한 좁은 골목길을 따라 할아버지 댁으로 가서 몇몇 뒤에 오던 사람들은 집에 들어가지 못했습니다. 정말 우리가 다 들어 가면 방이 꽉 차 버릴 것 같아서! 할아버지는 2년 동안 의료 보험료 체납으로 의료 보험 혜택을 받지 못하고 계셨고 아들 둘이 있기 때문에 의료 보호 수급권자도 아니셨습니다. 할아버지는 이전에 페인트 가게를 하셨다고 했습니다. 직접 칠도 하시고 한창 때는 일꾼도 여러 명 두고서 하시다가 몇 년 전 크게 가게가 어려워져 그만 두게 되고 가진 것이 거의 없게 되었다고 하셨습니다. 그리고 이 곳으로 오시면서 주위 아는 분의 전도로 예수님을 믿게 되었다고 하셨습니다. 할아버지는 그 곳에 혼자 살고 계셨습니다. 큰 아드님도 페인트 칠을 하시는데 이젠 거의 왕래가 없고, 이제 막 군대를 다녀오신 작은 아드님이 식당에서 일해 할아버지께 매달 생활비 30만원을 드린다고 하셨습니다. 할아버지는 생활 보호 대상자도 아니었기 때문에 다른 지원은 받지 못하고 계셨습니다. 그렇게 지내시다가 10년 전부터 있던 조그만 혹이 최근에 커지면서 집에서만 지내시다가 복지관에서 밝누모와 연결시켜 주었습니다.
할아버지가 사시는 방이 너무 좁고, 밖에 주인 집과 같이 쓰는 마당의 수도가 유일하게 물을 쓸 수 있는 곳일 정도로 사시기 힘든 곳이어서 얼마 후 김영진 목사님과 복지사님, 동사무소의 도움으로 더 나은 곳으로 옮기게 되었습니다. 새로 옮긴 곳은 더 나을 뿐 아니라 집주인이 그 집에 밀린 수도, 전기세를 내면 집세를 내지 않고 살 수 있게 해주어 더욱 감사했습니다.
김신곤 선생님의 도움으로 할아버지는 고대 병원에 가서 진료를 받기로 하셨습니다. 할아버지는 체납된 의료 보험료을 지불하고 보험 혜택을 받는다고 해도 본인 부담금을 감당할 수 없는 상황이었기 때문에 걱정이 많이 되었습니다. 사랑이 필요하나 외면 당하는 우리들처럼, 도움이 필요하나 도움 받을 수 없는 그 곳, 사각 지대의 아픔이었습니다. 김영진 목사님과 복지사님들의 수고로 할아버지는 의료 보호 2종 수급권자가 되셨고 이하선 암으로 진단 받은 후에 이 병이 1종 혜택을 받을 수 있는 병이어서 1종 혜택을 받으실 수 있게 되었습니다. 할아버지는 지난 10월 6일 고대 병원에서 무사히 수술을 받으셨고 향후에 방사선 치료를 하기로 하고 퇴원하셨습니다. 1종 혜택을 받더라도 의료 보험 적용을 받을 수 없는 항목과 특진료 등등은 본인 부담이기 때문에 수술한 비용 , 방사선 치료 비용이 상당히 되었습니다. 김신곤 선생님이 수고 하셔서 특진료 등등을 잘 조정해 주시고 고대 병원, 방사선과에도 잘 말씀해 주셔서 처음 예상했던 비용보다 많이 줄어 수술비는 밝누모 기금으로, 방사선 치료는 거의 무료로 할 수 있었습니다.
할아버지는 병원에서 찾아 뵈었을 때 위궤양 때문에 너무 아파하고 계셨습니다. 할아버지 말씀에 따르면 “내가 암 수술 하는 건 견뎠는데 이 (궤양 때문에) 아픈 건 못 참겠다.” 고 하셨습니다.  그래서 며칠 전에도 위궤양 때문에 병원에 입원하게 되었습니다. 혹시 암이 아닐까 걱정했었는데 그 건 아니라고 해서 다행입니다.
할아버지는 참 점잖으신 분입니다. 말씀 나누다 보면 페인트 가게 사장님이셨을 때를 상상할 수 있는 데 꼼꼼하고 점잖으신 사장님이 셨을 것 같습니다. 할아버지 옛날 이야기를 들은 적도 있었습니다. 할아버지는 중학교 때까지 유도를 배우시고 상당한 수준이었는데 고등학교 때 한국 사람을 괴롭히는 일본인 친구들을 혼내주었다가 퇴학 당했다고 하셨습니다. 그 것만 아니었어도..하시는데, 그 말씀 들을 때 얼마나 안타깝던지.. 
할아버지가 앞으로 오래 사셨으면 좋겠습니다. 그래서 할아버지 말씀대로 다른 사람들 돕는 일도 하시고, 살아 계신 예수님의 사랑과 능력을 느끼고 증거하시도록..